철학

01 오늘 하루도 잘 버텨낸 너에게.

모두의미디어 2024. 4. 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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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과가 지쳐오는 때가 있다. 수도 없이 해왔던 일인데 유난히도 그날은 서툴게 되는 순간도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하루도 있다.

그런 날을 보내게 된 밤이면 일상을 지냈다는 느낌보다는 겨우 버텨내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잔뜩 진이 빠져서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마음은 금세 푸석해져 있기 마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노트북 앞에서 머리를 쥐어 짜내봐도 한 편 의 원고를 써내기도 어려운 날이었다.

금방 써지면 좋겠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유난히 글이 써지지 않아 속상해졌다. 마감해야 하는 원고가 여럿이어도

뜻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타박하기도 하고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눈을 뜨면 책상아펭 앉아서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밥을먹고, 글을 쓰고, 다시 밥을 먹고, 글을 쓰는 일과 속에서 마음이 넘어져 본 것도 여러 번이었다.

 

 많이 웃고,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에게도 행복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행복은 누군가가 혹은 어떤 상황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를 하고 있었다. 왜 나에게는 작은 기쁨도 오지 않는 것인지 서운해했다.

이 정도 힘들었으면 좋은 일이 찾아올 때가 되지 않았냐고 투정을 부리며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대화하던 중에 행복의 본직은 숨바꼭질과 닮은 것 같다는 주제가 나왔다. 행복은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그것을 내가 찾아내야 한다는 내용을 말했다. 그 후로 나는 행복을 찾으려고 종종 술래가 되어 노력하였지만, 꼭꼭 숨어버린 행복을 번번히 찾아내지 못했다.

 

 엄마는 신기하게게도 연락을 드리면 그날마다 작게라도 즐거웠던 점을 이야기하곤 한다. 서예를 연습하는데 글시가 잘 써져서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 아빠가 좋아하는 팥칼국수를 만들었는데 간이 알맞게 맞춰져서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전에 꽂아놓은 단풍잎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아빠와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 온 자두가 맛있었다는 이야기 같은 작은 행복을 말했다.

그녀는 매일 행복을 발견하고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어쩌면 나는 거창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겼다. 나의 하루가 온통 불행한 것들로 점철된 것도 아니고, 엄마의 하루가 유독 좋은 일들로만 가득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주변 곳곳에 있는 기쁨들을 나는 놓치고 있었고, 그것을 찾아내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흔히 말하는 인생에 한 방이 있을지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큰 한 방 같은 커다란 허황된 행복을 좇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행복은 배달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발견하는 것이었다. 숨은 그림찾기와 비슷한 게 일상의 행복이다. 안 보이는 곳에 숨겨진 무던가를 찾는 것이 아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이미 내 앞에 펼쳐진 오늘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발견해 나아가면 된다. 숨겨졌거나, 특별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찾아낸 기쁨과 웃음을, 마음 한편으로 보듬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숨은 그림찾기를 잘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어떤 하나에 연연하지 않고 넓게 바라보면 된다.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 또한 같다.

지겨울 수도 있고, 지쳤을 수도 있는 나의 일상을 한번쯤은 크게 그리고 느긋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온종일 책상위의 모니터만 바라보는 내가,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을 위해 한편의 글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을 만끽 하는 지금 이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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