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나아감에 대하여

모두의미디어 2024. 4. 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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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빠르게 가고 있느냐보다 어느 곳을 향해서 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 충분히 맞는 말이지만 삶의 한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걸어가다 보면 방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 방향으로 가도 좋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손에는 지도가 있고, 도로 위에 이정표가 있어도 멈칫거리게 된다. 가야 할 목적지도 정했고, 그 곳을 향해 갈 방향을 잡았는데도 발걸음이 무겁게 다가오기 일쑤이다. 가고 싶었던 길이 분명 있었어도, 갑자기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찾아온다.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은 어디인지, 왜 나는 그곳으로 가려고 했었는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져서, 다 놔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무심하게 쏟아지는 나쁜 생각들에 흠씬 두들겨 맞게 된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하겠다고 한 일인데 잘못되면 어쩌지. 남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나는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리지.'

 부정적인 감정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법이다. 나쁜 생각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전부다. 내가 모자라서도 아니고, 바보같은 것도 아니고,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오는 법이다. 갑자기 찾아온 것일 수도 있고,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무슨 형태의 시련이더라도 그것이 다 나의 잘못 때문이라고 끊임없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맑은 날만 계속되지 않고 어떤 날에는 궃은 날씨가 찾아온다. 굵은 빗줄기가 끊임없이 내리기도 하고, 천둥 번개까지 치면서 곧 무너질 것처럼 소란스러운 날이 오기도 한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이 있는 것이다. 잠깐 다가운 얄궃은 힘듦에 절망으로 주저앉지 않아도 된다. 메마른 땅에는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꽃은 비가 온 뒤에 피어나는 법이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야 크고 강한 파도가 일어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믿음을 버리면 안 된다. 내가 잘 해낼것이라는 확신을 놓쳐서도 안 된다. 일렁이는 물결처럼 잠시 흔들거리는 것은 괜찮아도, 깊은 물 속으로 믿음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 충분히 잘 해왔으니 순간의 어려움에 멈추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가려고 했던 방향을 믿으며 나아갈 차례이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야 크고 강한 파도가 일어 아픙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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