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기 전에 하늘이 어두워지듯이 마음이 어두워진 날 이면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어도 된다. 언젠가부터 눈물 흘리는 것마저도 남의 눈치가 보여서 주저하게 된다. 울어도 해결되는 일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음 놓고 편히 울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없다는 것도 알았다.그래도 나는 당신이 속 시원하게 울어봤으면 좋겠다. 회색빛의 구름을 그대로 머금은채 살아가기엔 생각보다 좋은 세상이다. 축 처지고 슬픈 감정을 가슴에 꽂고서 힘겹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기엔 당신의 내일은 너무도 싱그러운 날이 많다. 자꾸 쌓여서 어느덧 무거워진 감정의 구름을 가볍게 만들어주어도 된다. 가끔 온전히 나를 위한 울음은 필요한 법이다.
무릎은 피가 날 정도로 까지고, 손에도 상처가 생겼다. 운다고 찢어진 살이 아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엄마에게 달려가 울었다. 내가 잘못 발을 디딘 것인데도,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고 나서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주저앉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의 소나기처럼 짧은 울음이어도 좋고, 한여름의 장마처럼 조금은 긴 슬픔이어도 좋다. 마음에 너무 오래 머금고만 있어서 큰 멍이 생기기 전에 쏟아내야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해서 진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의 눈물도 마음이 약해서 나오는 것은 없다. 아무리 강한 마음이더라도, 몰아치는 힘듦을 잠깐 내려놓을 순간은 필요한 법이다.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온통 힘내라는 응원이었다. 쥐어짜서 더 낼 수 있는 힘이 없는데, 힘을 내라는 응원은 아무런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다. '할 수 있어!'라는 응원 문구는 잠시라도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질책처럼 느껴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착잡한 시간이 자나가길 기다렸다. 끝이 없는 터널 같은 순간을 걸어 나와보니 알았다. 힘내지 않아도 되고, 지금 할 수 없으면 조금쉬었다가 다시 해보는 게 좋다.
잠시라도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면 대단치도 않은 일 가지고 유난 떨지 말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신경 쓰지 않아야한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예전의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않았다. 아니, 못했다. 무어라 대꾸하여 반박할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흘려듣지 못하고 가슴 한구석에 담아놓은 목소리가 아직도 가끔 들려올 때가 있다. 그 말을 무시하지 못 했던 지난 시간의 내가 안타까워진다.
지금의 나는 작은 변화를 가지고서 살아내고 있다. 나에게필요 없는 말은 상한 음식을 뱉어내듯 툭 하고 던져놓는다. 굳이 불편한 단어들을 억지로 삼켜내어 가슴 언저리에 맺혀두게 만들지 않는다.
유난히 남의 힘듦에는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지금의 고난이 영원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눈물을 지었다고 해서 내일도, 그다음 날도, 영영 울기만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나의 힘듦을 누구보다 내가 돌봐주어야 크게 흉지지 않고 잘 지나가게 된다. 나는 믿음을 가진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 나와 있는 이 구절을 참 좋아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당신의 아픔 또한 잘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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